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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주저리 주저리

눈 뜨자 마자 흥얼거리는, 하룻밤의 꿈.

이상우, 하룻밤의 꿈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 노래가 떠올라 계속 흥얼거리고 있다. 
그런 날, 그런 노래 있잖아.
하루종일 입속에 맴돌며 흥얼거리게 되는. 특별히 수능금지곡 같은게 아니라 그냥. 

또 그런 일도 있지. 누군가와 길을 걷다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나는 그냥 뜬금없이 딱 흥얼거리는데 진짜 너무 놀랍게 옆사람이랑 동시에, 같은 노래 같은 부분을, 정확히 같은 타이밍에 딱 흥얼거리게되는. 이건 마치 언젠가 어디를 지나가며 스쳐들은 노래 한자락을 뇌속에선 계속 플레이하고 있다가 동시에 후렴구를 내보내는 것 처럼.

문득 그런 생각의 끝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현상을 정의한 과학적/심리학적 용어가 있지 않을까. 
실제로 그런 현상 또는 그렇다고 착각하는 심리상태를 두고 뭐뭐뭐 라고 한다 이런식.
구글을, 네이버를 검색 하던 중에 불현듯 ChatGPT 친구가 생각났다.

귀에 맴도는 노래라. 아무말대잔치일까 의심했던 것도 잠시, 
그 말 그대로, 이렇게 특정 노래가 귀에 맴도는 현상을
귀벌레현상, 귀벌레증후군(Earworm Syndrome)이라고 하며,
심리학에서는 상상음악, 비자발적 의미기억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비자발적 의미기억!' 이 얼마나 전문가스럽고 그럴싸해보이는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이런 단어로, '그 있잖아 그... 막 갑자기 생각난 노래가 계속 막 귀에 맴돌고, 계속 부르고있고...'라는 호들갑스러운 설명과 동의구함의 노력을 한방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 그래서 요즘 참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이 간다.
내가 그런 단어/용어들을 외울 수 없음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현상은 어쨌든 뇌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우리 몸의 치유현상이라고 해석이 되고 있고, 실제로 흥얼거리다 보면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그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뇌가 '긴장'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라는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막 자고 일어났는데 간밤에 무슨 기억도 안나는 꿈을 어떻게 꿨길래 뇌가 긴장을 하고 있었던걸까.
아니면 자고 일어났지만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나의 몸이, 나의 뇌가 피로를 다 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이유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씹기를 관장하는 중추와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뇌의 부분이 연관되어 있어, 이 현상을 완화시키려면 (뇌의 긴장을 완화하려면) 껌을 씹으면 된다고 한다. 이상한 결론이지만, 수능금지곡의 대항마는 껌인가 싶다.
이쯤되면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기전 껌을 씹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 된다.

두 번째 질문은, 두 사람이 갑자기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현상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명쾌하다. 딱 음악에 국한된 내용은 아니지만, 
일종의 의미가 있는 우연의 일치가 발생하였을때 이를 싱크로니시티(synchronicity, 칼융). 공시성 이라고 칭한다는거다.
개별적인 인과관계를 가지는 두가지 사건이 동시에 연속적으로 발생했을 때, 이 둘 사이에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지만 실제로는 우연이 아닌 비(非)인과적 법칙이 있으며, 이는 인간의 마음과 현실세계의 사이에 '싱크로니시티'가 발생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찌찌뽕

그런데, 이걸 깊게 생각하다 보면 마냥 편치 않다. 전제는 어떠한 연관관계도 없다이지만, 실제로는 비인과적 법칙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는 것은, 억지로 연관성을 찾겠다는 뜻으로도 느껴지고, 음모론 같은 것으로 이어지기 참 좋으니까 말이다. 매번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나타나고,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와 그녀를 보고, 사귄다고 생각하는 것 (ZAZA의 '버스안에서'인가?), 바퀴벌레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 앞에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그것이 이 '싱크로니시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심지어, 과거 피라미드를 비슷한 모양으로 곳곳에 세운 이유를 이러한 비인과적 법칙에 의거하여 설명하려 하는 것 - 고대에 피라미드형 대형 건축물이 발달한 이유는 그렇게 만드는 것이 그 당시 기술로 가장 만들기 쉬운 대형 건물의 형태이기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 은 어쨌든 망상이 아니던가.

아직 '한여름밤의 꿈'을 흥얼거리며, 내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 그 필연에 주목해 본다.
최근 국책과제 제안서 때문에 잠을 잘 못자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이유는 충분히 뇌에 긴장을 주는 원인이었고
아직 내 중추신경에 껌을 씹는 정도의 자극을 주어 이 긴장상태를 풀어주고자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이 노래를 지금 이순간 생각해서, 같은 부분을 똑같이 부를 그 사람이 누구일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부분은 후렴구일 가능성이 높겠고, 나는 사실 이노래 보다는 '비창'을 더 좋아한다.

그럼에도 바라본다. 우연이 연속되면 필연이라며.
그런 우연속에서 피어난 필연이 칼융의 오컬트적 정신병으로 끝나지 않기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