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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다반사 ]/솜씨 좋은 그들

[내손으로 신혼집 꾸미기] 30년된 아파트 화장실 대공사하다!!

by K. Martin 2010. 6. 9.

2009년 10월,
결혼을 앞두고 찾은 15평짜리 해군 아파트.

30년된 이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다 쓰러져가는 복도의 분위기에 씁쓸해지고,
도대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이 앞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막막했던 것이 바로 화장실이었는데...



바로 며칠 전까지 사람이 산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 때묻은 세면대와 녹으로 뒤덮인 수도꼭지, 깨진 타일들
차마 걸레를 빨 수도 없을 정도의 욕조와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의 바닥 ㅠ.ㅠ(← 여보의 눈물)
벌레가 들락거리는 허술한 천장과 그것을 막기 위해 발라둔 테이프에 붙어 있는 벌레 시체들.
(절대 사진으로는 그 처참한 모습이 모두 담기지 않았다.)

청소를 해도 답이 안나오는 변기와 세면대



뜨거운 물과 찬물이 따로 나오는 수도꼭지 까지는 봐주겠는데,
옆에 붙어있는 오래 묵은 새까만 녹들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없어질 생각을 안했다.
그래서 결국은 세면대 교체작업에 돌입!

테프론 테이프를 감고 있는 마틴

벽면 마무리 후 세면대 지지대 설치

짜잔~! 세면대 설치 완료



내게 있어서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세면대 설치.
인터넷에서 세면대를 주문하고, 부실한 설명서에 있는 내용을 따라 설치를 진행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물이 조금씩 새어나와서 수도관 부분을 서너번 조였다 풀었다 했는데,
한겨울에도 사람이 땀을 그렇게 많이 흘릴 수 있음에 신기했다.
- 수도관 연결시 힘을 써서 억지로 감는 것 보다, 테프론 테이프를 충분히 감고 이를 맞물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세면대 작업에 앞서 진행된 작업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 벽을 핸디코트(백색 시멘트 반죽 같은 벽면 마감재)로 덮어 씌우는 작업이었다.
어디 전세사는 사람은 꿈이나 꿀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아파트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년에 허문다고 하니 마음껏 우리 두사람의 솜씨를 펼칠 수 있었다.
- 여보 왈, 다들 1년 살건데 힘들게 왜 꾸미냐고 하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잠시도 들어가 있고 싶지 않은, 들어갈 수 없었던 화장실은,
석달여만에 이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핸디코트 다 칠하고, 페인트 칠하기 전 완전무장한 마틴과 잔디야



페인트의 색상은 기존에 있던 바닥 타일의 색상을 고려한 연한 녹색계열로 선택했다.
(새 타일을 깔고 싶었으나, 참자...... 비싸다.)

물에 강하다는 워셔블 핸디코트를 사용했지만,
핸디코트 자체는 물에 풀리는 재질이라 물이 많이 닿으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욕실, 부엌 등에는 페인트 또는 바니쉬(코팅제)로 마감처리를 해주어야 한다.

태어나 처음 페인트를 칠해본다는 잔디야


전구만 달랑 달려있던 조명을 바꾸고,
욕조의 수도꼭지, 샤워호스도 갈고,
욕조도 흰색으로 예쁘게 칠하고,
변기 물통 뚜껑도 칠하고,
변기 커버도 여보가 좋아하는 피터래빗으로 바꾸고,
휴지걸이도 달고, 비누걸이도 달고, 수건걸이도 달고,
바닥 타일 사이사이에는 흰 시멘트(줄눈제)로 메꾸고나니 비로소 욕실의 제 모습을 찾은 듯 했다.




두둥~! 샤방샤방 화장실 대공사 완료!


 



글. 마틴
사진. 마틴, 잔디야